먼 과거에서부터, 대가족을 이루며 씨족 사회로 마을이 만들어지고 그 안의 구성원으로 살 때는, 서로간의 충돌은 최대한 피하기 위해 과할 정도의 예의를 지켜가며 서로의 격식을 지켰습니다. 보기 싫다고 안 보이는 것도 아니며, 주변의 다양한 목소리들이 직/간접적으로 많이들 들어오기 때문이겠죠. 당연히 제 마음대로 살고 싶다고 해도, 그리 쉽지 않은 결정이고, 주변에 대부분이 그렇게 살고 있으니, 스스로도 그게 편하게 생각이 들었겠죠.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핵가족화 되고, 그 핵가족 구성원들도, 각기 자기의 영역을 만들어 독자적으로 살고 있습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들하고만 만나려고 하죠. 당연히 예의 부분도 상당부분 간소화 되고, 간단해졌죠.
그런데, 이 간소화와 간단의 문제가 세대간 예의적 부분의 격차가 심해져 간다는 것입니다.
대학교를 다닐 때, 수업을 듣게 되면 종종 듣는 이야기가 강의실에서 탈의하라는 교수님의 말씀입니다.
처음 입학한 뒤, 군대에 가기 전까지는 이런 이야기를 거의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제대 후 복학하니까,
종종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주의를 주는 경우를 볼 수 있었습니다. 대개는 신입생들이 이런 모습을 많이 보여주더군요.
저야 모자를 별로 즐겨 쓰는 스타일이 아니니까, 이런 주의를 들을 필요가 없었거든요.
어렸을 때, 실내에서는 모자를 벗어야 되는게 예의다라고 배웠고, 들어서, 자연스럽게 벗습니다만, 당시 복학 할 때 즈음 입학했던 00학번이나, 01학번 친구들은 이해가 안된다 혹은 너무 구식이다라면서 투덜 거리며 모자를 벗더군요. 그래도 학점은 지켜야 되니까. (물론 제 동기들 중에서도 한 두 명 정도는 그런 친구도 있던 것 같습니다. )
제 생각에는 실내에서 모자를 벗는 습관은 우리 전통적인 습관은 아닐겁니다. 서구 쪽에서 넘어왔겠죠. 과거 서구에서는 남자 예복에 모자가 꼭 있었는데, 당시 인사를 하거나, 실내에 입장을 하게 되면 반드시 모자를 벗었습니다.
아마도 상대에게 자신의 모습을 명확히 보여줌으로써 안심감을 주는 것일 수도 있고, 모자로 인해 커진 자신의 모습을 낮추는 것일 수도 있겠죠.
그리고 이어폰. 가끔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경청을 할 때 이어폰을 꼽고 말을 듣거나 말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차피 이어폰을 꽂았으나, 볼륨도 낮고, 주변 소리도 잘 들리기 때문에, 굳이 이어폰을 일일히 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왜 대화를 할 때 이어폰을 빼야 되는지 묻는 분들도 있더군요. 하지만 상대에 따라 다르게 생각될 수 있다고 생각되더군요.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있다면, 그 볼륨이 낮든 높든, 왠지 상대의 이야기에 귀 귀울이기 싫다는 표현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귀를 기울인다는 최소한 액션이 상대가 바라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이외에도 우리가 미처 놓치거나 제대로 배우지 않은 몇몇 예절을 지킬 사항들이 더 있습니다.
이런 부분이 예절로 들어가야 되는지 조차 모르시는 분들도 생각보다 있으신 것 같더군요.
흡연. 자신보다 연배가 높은 사람과는 맞담배. Americantic 하신 분들은 굳이 나이나 연배가 무슨 상관이냐, 스스로 하고 싶은대로 하는거다라고 생각하며, 아무런 꺼리낌 없이 담배를 피시더군요.
핸드폰. 업무 든 개인적인 용무든 상대방과 대화 중에도 핸드폰의 연락이 오면, 이야기를 멈추고, 자연스럽게 전화를 받는 분들도 많이 봅니다.
스마트 폰이나 휴대용 게임기. 앞에서 강당에서 뭐라 떠들던, 상대가 있던 없던 지루하면 스마트 폰이나 게임기를 꺼내 말없이 묵묵히 자신의 미션을 해결하는 것도 많이 봅니다.
아마도 위의 일 예들을 많이들 보시고, 동의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것이고, 어떤 분은 저게 왜 예의의 문제에 포함되는 거야? 라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있겠죠.
이런 사소한 것들이 다 구태의연한 과거의 유산 따위라고 간주하고, 파격적으로 나가는게 현대 생활의 핵심이라고 우기는 분들께는 뭐라 더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하지만 역으로 위치를 바꿔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당신이 누군가에게 가르치는 입장이거나,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고 하죠. 그런데, 상대는 모자를 눌러쓰고 얼굴을 가리거나,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스마트폰 꺼내 오락을 하고 있는 상대를 바라보는 느낌은 어떨까요? 또 쉬고 있는데, 이제 갓 성인이 되었다고, 나름 익숙하게 담배를 자신의 앞에서 피면서 바람따라 연기가 자신의 얼굴로 쏟아질 때의 느낌은 어떨까요?
정리를 하자면 예의라는 말은 상대에 대해서 자신을 낮춘다는 의미로 보시면 됩니다.
그냥 말 그대로 단순하게 몸을 숙여 상대보다 작게 보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상대의 이야기에 더욱 귀를 귀울이고, 조금이라도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표현하며, 자기 스스로의 표현을 부드럽게 하는 겁니다.
즉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하는게 아니고, 상대를 배려하는게 그 목적이라는 거죠.
요즘은 애들이 무섭다는 핑계로 주변에 있는 어린 친구들에게 예절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못하니, 종종 학교나 그들의 부모님이 해주셨으면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열공 만을 강조하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예의나 예절을 무시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 친구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고, 새로운 아이들로 만들어진 다음 세대들과 마주친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싶습니다. 아마도 위에 언급한 것들과는 새로운 목록을 만들고 이야기할까요? 아니면 저처럼 방치를 하게 될까요?
안타까우면서도 뭐라 하지도 스스로 행동하지도 못하는 어리석은 자의 한마디였습니다.
그저 내 스스로의 예의는 지켜보려고 노력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