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함께, 구로 CGV에서 영화를 보았다. 원래 목요일 즈음에 일본 침몰이라는 영화의 개막과 함께 보려고 했지만, 내가 사정이 생겨 결국 금요일 저녁에 만나 보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올라가보니 일본 침몰보다 예의없는 것들이 더 끌린다고 해서 결국 일본 침몰은 뒤로 미루고 이 예의없는 것들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타이밍이 그리 좋지 못해 저녁 시간에 맞추어 보지는 못하고, 결국 24시 20분 즉 자정에 시작하는 것을 선택하게 되었다. 조금 망설여지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다음날 쉬는 날이다 보니 그냥 막 가기 시작했다. 일단 끊고, 구로 CGV에 있는 오락실에서 노닥 거리면서 장장 3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영화 시작 10분전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난 처음 표 끊을 때 벽면에 있던 영화의 카피와 사진을 보게 되었다. 90년대 껄렁 대는 사람들이 입던 나시 면티에 선그라스, 그리고 예의 없는 것들에 대한 짤막한 멘트 3가지.
아무리 봐도 그냥 건방진 주인공이 여기저기 부딛히고 싸우고 얽히는 그런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나의 그러한 짐작을 처음 부터 헤집어 놓기 시작했고, 그 끝은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 이야기의 그 중심은 킬라(킬러:Killer)이야기다. 주인공도 킬러고 그 주인공을 이끄는 사람도 킬러며, 주인공의 친한 사람도 킬러다. 그리고 아주 어릴때 보육원에서 만났던 자신을 보다듬어 주고 사람답게 생각해준 한 여자 아이와 술집에서 만난 뻔뻔한 아가씨, 또 길다가 주어온 꼬맹이. 지독하게 비극적인 이야기들인데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묘한 말투의 독백으로 완벽한 블랙코메디로 만들어버렸다.
난 우리 나라 내에 전문적인 킬러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한명이다. 그러다 보니 이 영화 자체도 어딘가 모른 판타지적인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들이 처해저 있는 상황들이나 진행들이 다소 현실감은 없어보였다.
그러나 그들의 진한 피와 땀냄새는 미묘하게 강했다. 그래서 매력적일까.
맨 마지막은 전형적인 블랙코미디 같은 마무리여서 다소 식상하긴 했지만, 그 진행은 완벽하리 만치 깔끔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인디스럽지만 사실 이것이 진짜 영화 인것 같다. 화려한 그래픽이나 유명한 배우들이 쏟아져 나온 그런 영화보다 더욱 영화 답다고 생각한다.
그 동안 킬러를 소재로 했던 영화 중에 가장 재미있게 보았다.

신.하.균. 예전 "복수는 나의 것"에서 보여 줬던 그 이미지를 그대로 상계하면서
더욱 정확하고 깔끔하게 보여주었다. 마음에 든다. 영화도, 그 배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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