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맹인이였는데, 희안하게 군대에 있더군요. 그렇다고, 일반 병사나, 장교들 처럼 군사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였습니다. 그냥 어떤 한 대대에서 근무하고 있더군요. (제가 포병대대에서 근무했다고 배경이 포병대대였습니다만...) 그런데, 그녀를 무척 사랑하는 한 병사가 있었습니다. 사랑은 하지만, 10살짜리 어린 아이 처럼 "좋아한다"라는 말대신 투정과 심술이 가득한 응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녀에게는 그의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히 그 느낌을 알 수 있었기에 그냥 행복해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납치를 당했습니다. 귀대를 할 시간이 이미 지났는데, 복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고아였습니다. 더욱히 아기 때 부터 고아원에서 자라왔으며, 그녀의 부모가 누군지 전혀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대를 나서는것은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면 없었습니다. 게다가 그녀가 자라온 고아원은 그간 그녀를 키워왔던 수녀님이 돌아가신 후에는 거의 찾아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그녀만 받은 전화 한 통을 듣고 뛰쳐 나갔습니다. 아무도 그녀가 왜 나가는지 조차 모른채 말이죠. 일단 그녀는 군인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군대에 적을 두고 있었기에 그녀의 귀대가 안되는 사실은 대대 내의 분위기를 미묘하게 흐트리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귀대 지연이 1일 2일 지나가자, 제일 초조해진 것은 그녀를 좋아하던 그 사병이였습니다. 그는 군종병이기에 자주 밖을 나가는 편이지만, 그녀를 찾기에는 너무도 짧은 시간이였습니다. 종종 귀대 시간을 어기면서 찾아보았지만, 찾지는 못한채 되려 주임원사와 중대장님께 혼나기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중대 결심을 한 그는 자신과 절친한 "내무반장"에게 쪽지하나를 남기고 탈영을 합니다. - " 죄송합니다. 꼭 그녀를 찾아야겠습니다. 계속 연락은 드리겠습니다."
내무반장은 그동안 구워삶았던 선임하사들과 중대장, 그리고 인사과장들에게 찾아가면서 그의 휴가를 끌어내고 휴가증을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상말한명에게 그 휴가증을 들고 나가서 그에게 전달하게 끔 합니다. 물론 우여곡절 끝에, 헌병대에 끌려가는 중의 그에게 전달되고, 다행히 그를 꺼내옵니다.
그는 계속 그녀를 찾다가 결국 실패하고 부대에 복귀합니다.
화장실에서 울고 있는 그를 본 다른 이들은 조용히 사열만 하고, 그를 열외로 빼줍니다.
그리고 1달이 지난 어느날. 그가 늘 찾아가는 교회에서 그녀를 우연히 보게 됩니다. 그녀는 초췌해진 모습으로 교회에서 우두커니 앉은 모습을 보게 된것입니다. 너무도 반갑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여 그녀에게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녀를 억지로 끌고간 그들은 자신의 부모였다고. 그녀를 고아원에 버린 그의 어머니라고...한참을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힘겹게 발걸음을 떼고 귀대를 합니다.
일단 그녀는 잠정 탈영으로 처리되었지만, 그건 그 대대내에서만이였습니다. 그녀는 본격적으로 군인은 아니였으니까요.
세월이 지나, 그 군종병은 군대 생활속에서 익숙해지고, 편해지는 순간 결국 제대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늘 찾아갔던 그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의 어머니가 사시는 곳은 정선. 그곳에 그녀를 데리고 갑니다. 그가 어릴적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큰 형이 반갑게 맞이합니다. 물론 어머니는 담당하게 그녀를 받아줍니다. 도리어 맹인으로 가지는 수동적인 그녀의 모습에서 편안하게 이야기를 받아주는 역할을 해주는게 너무도 고마웠습니다. 그는 학교는 서울에 있습니다. 그래서 그녀를 매번 볼 수는 없지만, 방학 때마다 내려와 그녀를 돌보기도하고, 그녀의 보살핌을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결혼을 합니다. 처음에는 큰 형과 어머니의 우려가 있었지만, 같이 생활하면서 바라보게 된 새로운 그녀의 모습에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드립니다. 이젠 자연스럽게 그녀를 가족으로 받아드리고 맞이하는 것입니다.그의 취직 자리가 서울이 되는 부분에 많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자연과 사람의 정이 넘치는 곳에서 각박하고 답답한 도시생활이 될 것 같은 우려감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그 둘 사이에서 난 딸을 통해서 새로운 기회를 얻고 지혜를 받습니다. 네, 그렇게 하나의 가정이 되었고, 어찌되었던 Happy Ending 입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그냥 깻습니다.